［경영 베스트셀러 저자 5인이 들려주는 돈 버는 비법］

〈돈 없이 할 수 있는 일 뭐 없나요〉의 서정현

소자본 무점포 창업시장이 열리고 있다

● 점포 없이도 사업을 한다고?
● 왜 무점포 사업인가
● 3천만원으로 시작해 보자

전찬구 〈67년생·서울대 교육학 석사과정 ·창업컨설팅회사 근무〉

창업시장도 기존 정보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극심한 불황시기에 과연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할 것인가. 아직도 돈 버는 데는 장사가 최고인가. 불안과 의문은 꼬리를 물고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은가.

어려운 상황에도 틈새는 존재한다. 눈을 크게 뜨자. 3000만원 미만의 소자본으로도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무점포 사업이 새로운 생존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바야흐로 소자본 무점포 창업시장이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샐러리맨 생활에서 벗어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점포 주변을 맴돌았다. 주변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점포사업을 하고 있고 겉보기에는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 없이 열심히만 하면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일 것이다.

막상 시작해보면 점포사업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들이 성공사업자로 자리잡았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점포사업은 안정적이고 투자가치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장사에 베테랑이거나 여유자금이 웬만큼 있지 않다면 점포사업은 이제 더 이상 약속의 땅이 아니다. 점포사업의 한계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점포사업은 초기투자비용이 많다.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끼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그 주범이 다름아닌 부동산가격에 들어 있는 거품이다. 인테리어비용, 초도상품비용에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인 점포 권리금까지 포함할 경우 초기투자비용은 억대에 이르는 경우가 흔하다.

둘째, 고정투자비용의 비율이 높다. 점포사업은 임대료, 인건비, 유지비 등 고정지출부담이 크다. 일산 주엽역 근처에 위치한 10평짜리 음식점의 경우 한 달 매출이 400만원 남짓이다. 이 중에서 재료비, 임대료, 인건비, 유지비 등을 제하면 한달 순수익은 120만원에 불과하다. 매출액에서 고정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셋째, 사업의 신축적 운영이 어렵다. 한달 순수익만 800만원이 넘는 낙지떡볶이집의 경우 매일 저녁이면 17평 매장이 아쉽다. 그렇다고 돈을 더 들여 매장을 넓히기도 어렵고 똑같이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대학가 상권의 어느 팬시점은 성수기에는 하루 매출만 100만 원이 넘는다. 작은 물건을 관리하기 위해 직원을 더 써야 하지만 비수기를 감안하면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점포 사업은 점포사업의 한계를 극복한다. 초기투자비용과 고정비용의 부담을 줄이며 사업의 신축적 운영을 가능하게 해준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며 설령 사무실이 필요하더라도 입지에 상관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구하면 된다. 특별한 인테리어도 필요없으며 제품을 구입하는 원가부담도 극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무점포 사업의 장점을 살려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보자. 거기에는 분명히 사업을 관통하는 원리가 존재한다.

첫째, 무점포사업은 발상의 전환에서부터 출발한다. 1년에 9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일본의 기리시마 플라워는 건물 틈새 미니매장을 개발하여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높기로 첫손 꼽히는 일본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정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항상 위태로워 보이는 오토바이 특송을 대신해 지하철 배송을 생각해 낸 것도 기존의 사고를 한 번만 뒤집어 보면 가능한 일이다.

둘째, 해외사례에 주목하자. 우리나라 창업시장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주는 미국, 일본 모두 불황기에 무점포사업이 만개했다. 그 트렌드를 현재의 우리 상황에 적용시켜 본다면 얼마든지 해답이 보일 것이다.

셋째, 시장을 자르고 붙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르는 것은 시장 세분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청소용역업 시장은 90년대 초반까지 한 덩어리였지만 지금은 빌딩청소, 간판청소, 덕트청소 등으로 세분됐다. 중고컴퓨터 판매업도 기존 컴퓨터판매업의 한 분야를 잘라낸 것이다. 붙이는 능력은 시장합성법을 의미한다. 가구제작과 수선업을 합하면 가구리폼업, 자동판매기와 스티커사진을 합하면 스티커사진 자판기업이 탄생한다.

90년대 초반까지는 5000만~1억원대의 창업시장이 중심이었다(41.9%). 대출금리 연 13%, 부동산시장 활성화 등이 시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IMF체제 8개월 정도가 지난 10월에는 3000만 원 이하의 창업자금을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32.9%).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하면서 3000만원 이하 창업시장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생활정보지인 「한겨레리빙」이 소자본 무점포사업 아이템을 3면에 걸쳐 소개하자 그날 하루에만 100여 통이 넘는 문의전화로 사무실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창업희망자들은 이제 소자본 창업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들은 고정비용을 최소화하고, 위험부담이 적은 무점포 사업을 찾는다. 점포사업의 경우 점포보증금, 권리금 등 고정비용이 전체 투자비 중에서 최소 50%(의류업, 잡화업), 최대 90%(음식업, 오락업)에 달한다.

여기에 인테리어비용과 초도상품비용이 추가된다. 초도상품비용은 판매를 통해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지만 보증금과 권리금 등 점포에 묶인 돈은 점포를 넘기기 전에는 돌려받을 수 없다.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점포임대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지불하고 들어갔던 권리금을 절반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호황을 누리는 상권에선 고정비용이 큰 부담이 아니다. 고수익을 얻은 후 점포를 정리하면서 몇 배의 권리금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경기엔 고정비용이 위험요소다. 이제는 창업의 관점을 높은 수익에서 안정적 수익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무점포 사업을 찾는 사람들에게 또 한 가지 기회가 열렸다. 점포 없이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방식이 생겨난 것이다. 국내 케이블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가 바로 홈쇼핑 방송이다. 98년 들어서는 컴퓨터통신의 사이버마켓을 찾는 소비자들도 급증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시간과 교통비를 들이는 대신 더 중요한 일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기업들도 기존 생산업체 ─ 중간 도매상 또는 대리점 ─ 소매상으로 이어지는 고전적 유통방식에서 탈피하려 한다. 영업조직을 독립시켜 개인에게 사업권을 넘겨주는 아웃소싱 (Outsourcing)이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경우 기업은 판매관리비를 줄이면서 매출을 높일 수 있고, 사업권을 얻은 개인은 기업의 신뢰도와 경영 시스템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

최근 소호(SOHO)라는 단어가 자주 귀에 들린다. 소호는 Small Office Home Office의 약자로 작은 사무실과 집을 거점으로 하는 사업 형태를 말한다. 『소호성공법』이라는 책을 쓴 일본의 이토 토모하치로는 소호를 「인터넷을 활용하며, 자기 자신의 비즈니스를 주체적으로 전개하는 지적 사업의 소규모 사업장」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에서 국내 현실을 감안해 소호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소자본 무점포사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는 사업의 기준을 창업자금 3000만원 이하로 설정했다. 사업 형태로는 컴퓨터를 활용하는 소호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판매와 서비스 사업까지 포함시켰다. 정식 점포로 볼 수 없는 길거리 간이 점포나 이동식 점포까지도 이 사업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사업의 종류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중고컴퓨터판매업, 컴퓨터통신판매업, 컴퓨터고장수리업, 컴퓨터IP사업, 디지털앨범제작업, 아이디어중개업, 전화비서대행업, 모닝콜서비스업, 팩스정보서비스업, 어린이놀이방, 임신부기체조교실, 쇼핑대행업, 베이비시터업, 건강관리대행업

오토바이특송업, 지하철배달업, 어린이통학서비스업, 즉석인쇄편의점, 패션명함제작업, 즉석현수막제작업, 인재파견업, 가구리폼업, 토털웨딩서비스업, 미팅이벤트알선업, 할인카드서비스업, 할인쿠폰판매업, 컴퓨터방문교육업, 미술방문교육업

자동차용품판매업, 향기판매업, 인테리어용품판매업, 기념동판판매업, 빌딩청소용역업, 간판청소용역업, 덕트청소용역업, 홈클리닝업, 손해보험대리점

호떡장사, 떡볶이장사, 즉석우동집, 스티커자판기업, 성인용품자판기업, 팬시용품자판기업, 박스형 팬시점, 박스형 꽃집, 박스형 신발집

원리나 개념만으로 사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떤 설명보다 설득력 있는 것은 현재 운영중인 성공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일이다. 여기에 소자본 무점포사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 네 가지를 소개한다.

재택형 사업 - 중고컴퓨터판매업

동두천의 정 아무개씨(29)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입사했지만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사업을 생각해도 자금이 없었다. 이때 정씨가 찾은 길은 컴퓨터였다. 96년부터 정씨는 컴퓨터에 매달려 인터넷, 디자인프로그램을 공부했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컴퓨터통신이었다. 점포도 없는 가상 시장에서 수많은 상품들이 거래되는 것이었다. 특히 중고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정씨는 은행에서 대출받은 창업자금 1000만원으로 97년 12월 사업을 시작했다. 씨씨마트 가맹비로 500만원, 나머지 500만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컴퓨터통신 가입비, 홍보비, 전화개설비, 차량구입비 등을 지출하고도 2~3개월의 유지비는 확보됐다.

창업 초기엔 광고와 제품정보 수집에 주력했다. 천리안, 하이텔 등 주요 컴퓨터통신망에서 제품의 출처를 자세히 파악했다. 보름 정도 지나면서 사업은 빠르게 안정됐다. 98년 1월엔 중고컴퓨터 10대를 판매했다. 마진율을 13%로 줄여 판매가격을 낮췄다.

정씨는 하루 평균 3~5명의 고객을 방문한다.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는 휴대폰으로 처리해 시간도 절약하면서도 고객들의 신뢰를 쌓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정씨는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판매, 컴퓨터 응급처치 교육 등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냈다. 부대서비스로만 하루 10만원씩의 수익이 생겼다.

98년 1월 정씨의 매출액은 판매액 500만원, 서비스 수익 300만원 등 800만원이다. 컴퓨터 판매수익은 원가를 빼고 65만 원이다. 서비스 수익 300만원을 합해 매출총이익은 360만원이다. 한달 지출액은 160만원이다. 생활정보지 광고비 30만원, 전화요금 20만원, 컴퓨터통신비 10만원 등이다. 여기에 교통비, 연료비, 식대, 영업비 등을 제하고 월 200만원의 순수익을 얻었다.

사무실형 사업 - 미술방문교육업

전직 은행원인 유 아무개씨는 유통업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지만 경기불황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불황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 사업으로 먼저 떠오른 것이 어린이 대상사업이었다. 컴퓨터 통신망에서 창업정보를 검색하던 유씨는 미술방문교육업을 선택했다. 관리, 영업 능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유씨의 결심을 도왔다.

처음에 유씨는 분당 서현역 인근에 2층 10평짜리 사무실을 구해 방문교사 2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자금은 사무실 보증금 1000만원, 사무집기구입비 500만원, 홍보비 200만 원 등 모두 1700만 원이다.

지역에 처음 들어가는 창설대리점이라는 점과 사업초기라는 위험요소를 본사에서 인정받아 개설보증금과 개발비용은 면제받았다. 초기에 유씨는 홍보에 주력했다. 지역신문, 생활정보지는 물론이고 지하철 광고까지 활용했다. 4개월 동안 한달 평균 15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 회원수가 300명을 넘은 시점부터는 광고비를 30% 정도로 대폭 줄였다.

현재 회원수는 450명이다. 매달 신규회원도 30명 정도 확보되고 있다. 기존회원들의 회비 945만원과 신입회원들의 입회비를 비롯한 회비 153만원이 한달 매출이다. 교사 10명의 인건비 650만 원과 임대료 60만 원, 사무실유지비, 광고비 등으로 70만원이 지출된다. 320만 원이 유씨의 한달 순수익이다.

영업형 사업 - 빌딩청소용역업

백 아무개씨(36)가 청소용역업을 시작한 것은 96년 11월이다. 미국의 청소용역업체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첫 번째 가맹점을 따냈다. 창업자금은 가맹비 650만원, 장비구입비 150만원, 영업대행료 600만원 등 모두 1400만원이다. 반포에 있는 6층짜리 건물청소를 월 용역비 200만원에 맡았다. 여기에서 로열티, 보험료, 재료비 등을 빼면 158만 원이 남았다. 시간급 아르바이트 1명의 인건비를 제하고 120만원의 순수익이 남았다.

백씨는 창업 초기에 3가지 노하우를 쌓았다.

첫째는 업무시간 단축이다. 처음에 6층짜리 건물의 청소시간은 8~9시간이었지만 6시간으로 줄였다.

둘째는 고객의 특성을 읽어냈다. 구석구석을 고르게 청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단, 화장실 등 특별히 관심을 두는 곳은 더욱 깨끗이 청소했다.

셋째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청소용역업이야말로 가장 전문적인 사업이라는 의식이 큰 힘이었다.

백씨는 97년 12월에 월 250만원의 건물을 수주했다. 매출이 월 2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늘었다. 정식 직원도 2명 뽑았다. 매출이 늘었지만 인건비 비중이 높아져 백씨의 순수익은 월 200만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정식 직원을 통해 영업을 강화하면서 월 600만원짜리 수주계약을 앞두고 있다.

길거리형 사업 - 호떡장사

일산 주엽역 부근에서 호떡장사를 시작한 황아무개씨(42)의 자본금은 500만원이었다. 노점상이어서 여름엔 무더위, 겨울엔 추위와 싸워야 한다. 그러나 황씨가 운영하는 호떡집은 1000원에 3개짜리 찹쌀호떡과 500원짜리 핫도그, 1000원에 4개짜리 찹쌀도너츠를 사먹는 주부와 어린이들로 항상 가득하다. 하루 평균 매출은 45만원이다. 월 매출액 1350만 원 가운데 원가 35%인 450만원, 호떡 굽는 청년 인건비 120만 원, 자리세 80만 원, 가스비 15만 원 등을 제한 순수익은 685만 원이다.

성공비결은 두 가지. 입지선정과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호떡을 만들겠다는 황씨의 구슬땀이다. 황씨의 호떡반죽에는 밀가루, 찹쌀, 설탕, 소금 등 모두 22가지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맛의 차별화를 이끌어낸 원동력이다. 호떡장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조명가게, 화학공장 등 을 운영했으나 별재미를 보지 못했다. 후배의 권유로 우연히 호떡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돈버느라 체면은 덮어 두었다. 장사 경험이 있는 후배로부터 아내는 호떡 굽는 법을, 황씨는 밀가루 반죽비법을 전수받았다.

아무리 소자본 무점포사업이어도 자금규모에 맞춰 사업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방법이다. 어떤 일이든지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다. 문제는 그 업종을 찾는 방법이다. 아마추어는 먼 곳을, 프로는 가까운 곳부터 주목한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경험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퇴직은 직장생활의 끝이자 사업시작의 토대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 직장생활을 통해 수많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 직장생활에서 충분한 시행착오를 거쳐 일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이다.

필자도 창업 전문잡지사에서 취재기자를 한 경험이 있다. 거기서 수많은 사업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창업과정을 알 수 있었다는 점이 바로 사업 밑천이었다. 이러한 유형은 얼마든지 있다. 신문사 편집자 출신이 가족신문제작업, 은행원 출신이 재테크컨설팅업, 공무원 출신이 민원서비스대행업, 기업체 관리직 출신이 즉석인쇄편의점을 창업하고 있다.

주부들은 대개 살림과 병행할 수 있는 사업을 찾는다. 그 한 가지 방법이 집을 사무실로 이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어린이놀이방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사업 아이템을 스스로 한계지을 필요는 없다.

동작동에 사는 한 주부는 컴퓨터에 문외한이면서 중고컴퓨터판매업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컴퓨터를 익히고, 컴퓨터에 능숙한 친척의 도움도 받았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고객을 늘려 매월 2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업경험이 쌓이면서 아파트단지 주부들 사이에 컴퓨터박사로 통한다.

간호사 출신의 주부가 베이비시터업을, 임신 경험이 있는 주부가 임신부를 고객으로 기체조교실을, 마당발 주부가 가구리폼업을 창업했다.

부부가 합심해서 할 수 있는 사업도 있다. 미국에는 180만 개의 가족사업이 있다. 소규모 가족사업이 개미군단을 이루면서 판매와 서비스업종을 움직이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부부가 사업을 운영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부부사업, 가족사업의 최대장점은 인건비를 줄이는 데 있다. 사업에 따른 갈등도 줄이고 업무 조율도 잘 할 수 있다.

창원에서 할인서비스업을 하는 변모 씨는 퇴역 군인이다. 변씨가 처음 사업을 하게 된 것은 부인이 할인서비스업을 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창업 후에도 훌륭하게 역할분담을 이루고 있다. 남편은 영업과 인력관리를, 부인은 내부관리와 회계를 맡고 있다. 쇼핑대행업을 하는 부부는 남편이 배달을, 부인이 주문업무를 맡는다. 청소용역업을 하는 부부는 남편이 영업을, 부인이 청소업무를 책임진다.

무점포사업은 창업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사업에 대한 희망을 주는 대신 점포사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금물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점포사업으로 한달에 500만 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리는 사업가들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성공에 이르는 방법이다.

누구나 창업할 수는 있지만 성공에 이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소자본 무점포 사업으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다음 사항들을 명심하자.

첫째, 숫자에 밝아야 한다. 단순히 한달 매출을 파악하는 정도로는 어림없다. 투자비용대비 순수익률을 따져보아야 한다. 1억원 투자한 사람과 2000만원 투자한 사람이 똑같이 한달에 300만 원 순수익을 기대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은가.

둘째, 거품매출에 속지 말자. 즉 마진율이 높은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점포사업의 경우 마진율은 20~70%선이다. 그러나 무점포사업 중에는 마진율이 100%인 업종도 많다. 매출액에 현혹돼 앞에서 남기고 뒤로 손해보는 우를 범하지 말자.

셋째, 머리말고는 모든 것을 아껴라. 겉만 번지르르 하다고 장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공간을 최소화해 지출을 줄이자. 집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다. 직원을 여러 명 거느리기보다는 제휴와 협력을 통해 경비지출도 줄이자. 체인점 가맹도 신중히 생각하자. 가맹비, 보증금 등의 비용이 과연 지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 보자.

넷째, 버리는 법을 터득하자. 대부분의 무점포사업은 결코 점잖다고 말할 수 없는 업종이 많다. 노점상이 그렇고 청소대행업이 그렇다. 영업형 사업인 경우 자식뻘 되는 젊은이에게도 깊이 허리 굽혀 인사해야 한다.

소자본 무점포사업은 예비창업자들에게 분명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여 생존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경기상황에 어울리는 장점과 기회가 많기도 하지만 곳곳에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이 깊은 함정에 빠지지 말고 무사히 성공사업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창업정보를 수집하고 도움말도 듣는 등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창업준비 과정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침이 없다. 닥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은 모두 꼼꼼히 따져보고 난 뒤라면 과감히 창업의 길에 뛰어들기 바란다.

*창업관련자료 자세히 보기 : 한경비즈니스(498호 커버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