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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용시설 정수기물 못믿는다
병원 · 찜질방 등 절반 이상 기준초과 일반세균 검출
부산보건연구원 시내 374곳 조사… 31곳 대장균 '득실'

부산시내 병원과 관공서, 찜질방, 대형 점포 등에서 사용하는 정수기의 미생물 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반 이상이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해 음용에 부적합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은 부산시내 다중이용시설 374곳에서 제공하는 정수기의 수질검사를 지난해 실시한 결과, 52.6%에 달하는 197곳에서 일반세균이 규정(1mL당 100CFU) 이상 검출됐다고 6일 밝혔다. 찜질방 113곳 중 65.5%인 74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가장 많았고, 병원 57곳 중 23곳(40.4%)에서도 기준을 상회하는 일반세균이 검출됐다. 충남과 경기지역 조사에서 부적합률이 20% 전후로 나온 데 비하면 높은 수치다.

수질기준에 있어 지표세균이 되는 총대장균군은 31곳(8.3%)에서 검출됐는데, 이는 경기도에서 실시한 정수기 수질조사 결과 1.4%가 검출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별로는 찜질방이 13곳(11.5%)으로 가장 많았고 관공서(9곳·9.6%)와 병원(3곳·5.3%) 등 위생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조차 음용에 부적절한 물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대장균군이 검출된 31곳 중에서 분원성대장균과 대장균이 검출된 사례는 각각 5건(16.1%)과 3건(9.6%)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병원성세균인 녹농균, 살모넬라, 쉬겔라는 검출되지 않았다.

또 정수기 출구 꼭지 247개 중 63개(25.5%)에서 총대장균군이 검출됐다. 이 중 병원이 34개 중 11개(32.4%)로 가장 높은 검출률을 보였고 관공서 28.6%, 대형 점포 25.0%, 찜질방 21.9% 순으로 나타났다.

정수기 원수는 수돗물이 80%로 압도적이었으며 먹는샘물 12%, 지하수 6% 순이었다. 찜질방에서 일반세균 검출이 가장 높은 이유는 유기물 함량이 높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곳이 많았고, 이용자가 다수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수돗물을 쓴 곳에서 일반세균이 가장 적었고, 먹는샘물이 원수인 경우 일반세균이 가장 많았다.

연구원은 대다수 정수기가 렌털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정수량이나 정수방식, 원수의 종류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필터 교환이나 청소가 이뤄지는 것이 오염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냉온수기의 경우 수질기준을 만족하는 먹는샘물을 원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정수기에 대해 별도 관리가 없는 것이 위생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일기자 dojune@busanilbo.com